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2-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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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세 고졸검정고시 합격-마산한양검정고시학원 출신



2011년 4월 고졸검정고시 합격한 권갑조(67세,마산한양검정고시학원 출신)씨
- 2011.5.20 경남도민일보 -

권 씨는 최고령으로 고입검정고시에 이어 최근 고졸검정고시도 통과했다. 그는 꽃을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다. 제라늄, 국화, 군자란, 카네이션……. 베란다가 꽃밭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소녀의 감성이 얼굴에 남아있는 듯했다. 많이 웃었고, 나이보다 젊어 보였다.

처음 사연을 들었을 때 부러웠다. 많은 나이에도 무언가 이뤄가고 있었기에. "공부를 하지 못한 게 한이 맺혀 가슴에 항상 담아 놓고 살았는데, 한 해 한 해 늦춰졌지예. 가족 사연이 있지만, 너무 길어서 다 이야기 못 합니더."

그는 내서읍 토박이다. 중리초등학교를 나왔다. 서른 중반의 아들과 딸이 있다. 수년 전 남편을 사별했다.
"늘 아들 딸한테 이야기했죠.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불가능은 없다고. 그런데 내가 실제로 해보니 힘들더라고예. 공부하면서 딸한테는 '네 생각 많이 난다'고 얘기했지. 하하."
딸은 서울에서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다. "검정고시 감독을 나가보니 엄마보다 나이 많은 사람도 있더라. 해봐라." 딸은 도전하라고 했다. "그런 소리 하지 마라. 절대 안 된다." 엄마는 2년 정도를 안 가고 버텼다.
"고마 살아라. 왜 가려고 하노." 주변에서 말리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아들과 딸이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공부하는 법을 일러주고, 먹고 싶은 음식을 챙겨주면서 응원했다. 결국, 엄마의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과연 될까 생각도 했지만, 끝은 봐야겠다 싶었죠."
딸이 쓰던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해왔다. 루트 공식과 영문법 메모가 붙어 있고, 쌓여 있는 책에는 손때가 묻어 거멓게 변해 있었다.


공부의 달인은 따로 없었다. 비법 가운데 성실함을 빼놓을 수 없다. "젊을 때는 총기가 있지만, 나이가 많아 학원 계단만 내려오면 잊어버리곤 했죠. 열 번 읽는 것보다 한 번 쓰는 게 낫다고 봅니더. 읽고 지나치던 것도 매일 쓰니까 잘 안 잊어버리게 되더라고예."

서서히 중독이 됐다. 1년 넘게 마산 합성동에 있는 한양검정고시학원을 오갔다. 책 한 권을 2~3번 반복해 들은 셈이다.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국사, 가정과학, 도덕 등 모두 8과목. 지난 5월12일 합격자 발표에서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어려운 점도 있었다. "영어는 우리말이 아니라 당연히 어렵고, 과학이랑 국사가 너무 어려웠어요. 국사는 연도별로 외우는 게 힘들고, 과학은 이온이니 무슨 분리니 그런 게 참 어렵더라고예."

학원 선생님은 그에게 '저력'이 있다고 했단다. 47살에 미용사 자격증을 땄었다. 젊은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본 경험이 있는 것이다. 3년 8개월 동안 미용실을 하다 몸이 조금씩 아프고 아이들도 신경 써야 해 그만뒀다.

요즘 그는 배운 것을 일상에서 만나는 기쁨을 누린다. "딸과 함께 지난여름 유럽 여행을 갔는데, 스위스에서 구름이 정말 멋지더라고예. 따뜻한 공기와 찬 공기가 만나 구름이 만들어지고, 적운형인지 층운형인지 모양을 보고 알 수도 있고. 일본에서 지진이 나도 마그마가 끓어 단과 단이 부딪쳐 생긴다는 것을 알고. 예전에는 생각 못했던 거죠.
 
모르고 살 때는 시야가 좁았는데, 이제 어떤 이야기를 들어도 알아듣겠고 편안해졌어예.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는 걸 절실히 느꼈지예."

그는 검정고시를 준비한다면 대충 하겠다는 마음은 접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나이 많은 사람은 건강도 고려해야 하고, 무조건 열심히 하면 몸만 망가질 뿐이지예. 요즘 젊은 학생들도 검정고시를 많이 치는데, 나 보면 의욕이 생긴다고 합니더."
대학까지 가보고 싶다. "5년, 10년만 젊었어도 나도 펄펄 날아다니겠는데. 호호. 문제 하나 풀려고 온 책을 끄집어내 밤을 꼴딱 새운 적도 있지예. 체력 생각 안 하고 달려들다 병원도 다녔고. 사회복지학과에 가서 청소년 상담 등을 할 수 있겠는데, 건강을 염두에 두고 앞으로 계획을 세울 것 같습니더."